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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030년으로 계획했던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5년 뒤인 2035년까지 연기하기로 했다.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후퇴시킨 셈이다. 영국 정부는 보리스 존슨 총리 시절인 202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2030년에 금지한다는 정책을 유지해 왔다.
여기에 더해 주택 에너지 효율 관련 정책도 축소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 후퇴에도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 달성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그는 밝혔다. 대신 후퇴를 만회할 수 있는 대안은 내놓지 않았다. 수낵 총리는 "더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접근법을 취하겠다"라고만 말했다.
수낵 총리의 발표에 자동차 업계와 환경 전문가들은 비판의 대열에 섰다. 자동차 기업들은 2030년이라는 시한에 맞추기 위해 그동안 전기차 전환에 막대한 돈을 써왔다. 포드 UK의 리사 브랜킨 대표는 "우리 사업은 영국 정부로부터 야망, 헌신, 일관성의 세 가지를 필요로 한다. 2030년 목표의 후퇴는 이 세 가지 모두를 약화시킬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정치 아니라는 총리, 선거 때문에 바꾸다?
영국 총리의 갑작스런 발표는 영국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수낵 총리의 환경정책에 관한 인식은 종종 비판의 대상이었다. 유럽에 겨울 고온 현상이 이어지며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던 올 1월, 기차로 두 시간 남짓 걸리는 여정에 제트기를 이용하면서 엄청난 양의 탄소 배출에 일조했던 그다.
그의 기후변화 정책을 두고 영국의 에너지기업이 단체로 공개 서한을 보낸 적도 있다. 지난 7월 재생에너지 활성화 정책 등이 퇴보할 조짐이 보이자 에너지기업 대표들은 "넷제로 의제를 완전히 수용하지 못하면 환경 위기뿐만 아니라 영국에 심각한 경제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영국은 유럽에서 화석연료에 의존도가 가장 심한 경제로 평가 받는다. 이말은 석유나 가스의 순 수입국이기 때문에 외부의 무역 변수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수낵 총리는 이번 조치를 두고 "정치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 내에서는 전혀 그렇게 보지 않는다. 가디언은 "차기 선거를 앞두고 야당인 노동당과 전선을 긋는데 주력해 온 보수당 선거전략가의 조언을 받아 수낵이 직접 기후정책 유턴을 주도했다"고 전했다. 실제 야당인 노동당의 비난과 달리 여당인 보수당 의원들은 적지 않은 지지를 보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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