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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6.24) ‘칩’으로 몰래 건넨 뇌물…금융당국 ‘외국인 카지노’ 예의주시 까닭

카지노뉴스


늘어나는 VIP 손님 중 일부 돈세탁·뇌물수수 목적…몇몇 카지노 철퇴 내렸지만 실제 불법행위 단속엔 한계


#1.A 씨는 뇌물 등 뒷돈으로 마련한 5000만 원 상당의 수표와 현금을 세탁하기로 마음먹고 카지노를 정기적으로 찾는다. 1000만 원가량의 수표와 현금으로 카지노 칩을 산 뒤, 약간의 게임을 한 후 다시 현금으로 바꾸는 수법이다. 이를 은행에 입금해 출처가 있는 깨끗한 돈으로 만든다.


#2.B 씨는 뒷돈을 건네주는 장소로 카지노를 활용한다. 뇌물을 줘야 하는 상대방과 함께 카지노를 찾은 뒤 1000만 원가량의 거액을 환전해 카지노 칩을 뇌물로 건네는 방식이다. 뇌물을 받은 이는 카지노 칩을 다시 현금으로 바꿔 나오면 금융당국의 눈을 피해 뇌물을 건넬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발안된 방법이다.


이처럼 카지노에서 오고 가는 뇌물과 돈세탁을 어디까지 금융당국이 잡아낼 수 있을까. 현재 금융당국의 단속 능력으로는 사례 #1은 잡히지만 #2는 쉽지 않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최근 카지노 사업자들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에 집중하는 이유다.


#외국인 대상 카지노 호황


통상적으로 카지노라고 얘기하면 ‘강원랜드’를 생각하지만, 금융당국이 예의주시하는 카지노는 해외 국적자들을 상대로 하는 곳들이다.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부재하다 보니 각종 논란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만 보면 역대 최고치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최고급 시설을 찾는 중국과 일본, 대만과 싱가포르 등의 VIP들이 늘어나면서 실적은 우상향하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카지노 부문의 2024년 1월 순매출(총매출에서 에이전트 수수료 등을 뺀 금액)은 238억 5000만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3년 12월(143억 4000만 원)에 비해 66.3% 급증한 수준이다. 종전 최대치였던 2023년 7월 카지노 순매출(200억 9000만 원)도 가뿐히 뛰어넘었다. 1월이 전통적인 비수기란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실적이다.


서울 워커힐과 제주, 부산, 인천에 4개의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파라다이스도 2024년 1월 카지노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4.9% 늘어난 745억 3100만 원을 기록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세븐럭을 운영하는 GKL(그랜드코리아레저)도 2023년 카지노 매출액이 3973억 5000만 원으로 2022년(2651억 6700만 원) 대비 50% 가까이 증가했다. 외국인 카지노를 보유한 국내 리조트 위치와 시설이 뛰어나다 보니, VIP 고객 수와 재방문율이 증가한 데 따른 성과다.


#발등에 불 떨어진 FIU


하지만 VIP들의 방문이 늘어나는 만큼 골치가 아픈 곳이 있다. ‘돈세탁 방지 단속’을 해야 하는 금융당국이다. 특히 카지노 사업자 관리 권한이 있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2023년 말부터 2024년 초까지 잇따라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대한 중징계를 내리고 있다. 1월 24일에도 회의를 열고 제주도에 위치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 한 곳에 대한 중징계 처분을 검토했다. 


해외 카지노에 미스터리 쇼퍼(암행평가·손님인 것처럼 위장해 사업장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를 보내 제대로 규정을 지키고 있는지 확인한 뒤, 이를 어긴 곳을 제재하고 있다. 문제는 돈세탁을 대비해 고액 환전 신고 등 규정을 정해놨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얘기해 줄 수는 없지만 일정 금액 이상을 칩으로 환전하거나, 거꾸로 현금으로 찾아갈 때 모두 기록을 하도록 되어 있고 이는 일회성이 아니라 여러 차례에 나눠서 한 금액까지 총합 기준으로 일정 금액 이상이면 카지노가 의무적으로 기록을 남기고 당국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며 “일정 횟수 이상 방문자에 대한 기록 확보, 또 신분증을 통한 본인 확인 역시 의무적인 절차인데 이를 지키지 않는 곳들이 적지 않아 ‘자금세탁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FIU가 최근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대해 연이어 철퇴를 내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월 15일에는 카지노 운영업체인 파라다이스에 자금세탁방지의무 위반으로 기관경고와 함께 과태료 15억 2440만 원을 부과했다. 임원 1명 문책경고, 직원 2명 감봉 및 1명 견책 등의 제재도 결정했다. 파라다이스가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른 자금세탁 의심거래 보고를 위한 감시체계를 적정하게 운영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자금세탁 의심거래를 추출할 때 카지노 칩스 환전·구매 관련 금융거래 정보와 전자테이블게임 및 머신게임 내역 정보 등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023년 9월에는 카지노 업체 골든크라운이 FIU의 제재 대상이 됐다. 골든크라운이 2019년 7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카지노 고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전화번호, 주소, 연락처를 확인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또 2019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자금 세탁행위를 할 위험이 큰 고객 58명의 직업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FIU는 고객 확인 의무 위반과 고액 현금거래 보고 의무 위반 등으로 기관주의와 과태료 10억 4710만 원을 통보하고 임원 1명에 주의적 경고를 했다.


앞선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관광객이 줄었는데도 매출이 늘어난 것은 VIP들의 방문 때문인데 VIP들이 시설만 보고 찾기보다는 ‘돈세탁’을 목적으로 한 부분도 있다고 보고 있다”며 “외국인 전용이라고 하지만 국내에도 해외 국적을 가진 검은머리 외국인들이 많다. 이들의 자금 역시 카지노에서 세탁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더 높은 기준을 카지노들에게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카지노 내부 불법 단속의 어려움


하지만 앞서 언급한 사례 #2와 같이, 여전히 카지노 안에서 오고 가는 불법 행위들은 단속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한다. 수사 경험이 있는 법조인이나 FIU 근무 경험이 있는 이들은 입을 모아 “칩으로 환전해 카지노 안에서 칩을 뇌물을 건넬 경우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얘기했다. 카지노가 ‘불법자금의 통로’로 여전히 활용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FIU 근무 경험이 있는 관계자 역시 “FIU에는 일정 금액 이상의 환전, 방문 기록, 또 이들의 직업 주소 연락처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게 전부”라며 “문제가 있어 보이면 카지노에서 칩으로 환전하는 돈의 출처도 수사당국이 확인할 수 있지만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일정 기준 이상인 경우에 한해서 이뤄지고 이마저도 수사 인력 등의 한계가 있다. 카지노라는 장소의 특성을 활용한 돈세탁 시도와 불법 자금 유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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