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서울 강남에 사는 직장인 윤모씨(31)는 평일 연차를 내고 ‘당일치기’로 일본 후쿠오카에 다녀왔다. 이른 아침 첫 비행기로 현지에 도착해 스시, 우동 등 맛집을 다니다가 위스키 등 쇼핑을 즐기고 저녁 마지막 항공편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김씨는 “일본 현지 물가가 낮은 데다가 원·엔 환율까지 싸 일본을 가서 식사를 하고 관광을 하고 돌아오는 게 제주나 부산 등 국내 여행을 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며 “주변에서도 당일치기로 일본으로 놀러갔다가 위스키 두어병만 사와도 ‘남는 장사’라고 말을 한다. 위스키도 국내 가격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값싼 저비용항공사(LCC) 티켓을 이용해 당일치기로 일본 여행을 떠나는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역대급 엔저현상이 이어지면서 경비부담이 크게 줄어서다. 일본 항공권 가격도 떨어지면서 제주는 물론 국내 철도 여행을 가는 것보다 저렴한 경우도 많다.
26일 항공·여행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사실상 엔데믹 속에 엔화 약세로 국내 여행객들 사이에서 가까운 일본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원·엔 환율이 이달 100엔당 800원대까지 밀리며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00엔당 800~900원대에 머무는 역대급 엔저현상에 일본을 국내 여행가듯 부담 없이 찾을 수 있게 됐다. 서울~부산을 왕복하는 KTX 요금보다 저렴한 편도 5만원 이하 초특가 항공권을 구매해 쇼핑과 먹거리를 즐기는 식이다.
저비용항공사(LCC)의 오는 10월까지 탑승 가능한 일본 항공권 가격이 10만원 이하부터 나와 있다. 후쿠오카의 경우 유류할증료와 공항세를 포함해 5만8000원 정도에 왕복 11만~12만원이면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하다. 제주는 물론 국내 철도 여행을 가는 것보다 경비 부담이 적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후쿠오카나 오사카 노선은 아침에 출발해 저녁 무렵 돌아오는 여정이 있어 여행객들이 당일 행선지로 많이 택한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일본 당일치기’를 검색하면 500개 이상 후기가 올라온다. 네이버 카페, 블로그 등 온라인 커뮤니티 체험기까지 더하면 글은 1만개가 넘는다. 1순위 당일치기 여행지는 공항이 도심과 가까운 일본 후쿠오카. 오사카, 도쿄 등이다. 이같은 여행이 가능한 것은 저가항공사(LCC)들이 코로나 엔데믹으로 증가한 여행수요를 잡기 위해 잇따라 노선을 증편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항공권이 저렴해지고 여정이 다양해졌다. 기록적인 엔저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일정을 잘 짜면 20만원 안팎으로 다녀올 수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에도 일본으로 향한 여행객 수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인천공항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을 향한 여행객은 177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8월 기준 2018년 8월(190만8000명) 이후 역대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월간 기준으로는 올해 가장 많은 숫자다. 코로나19 직전과 비교해도 올해가 훨씬 더 많다. 2019년 8월 일본을 향한 여행객은 150만2000명으로 올해는 이보다 약 18%가량 더 늘어났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김모씨(30)은 최근 주말을 이용해 오사카로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다. 목적은 위스키 쇼핑. 김씨는 ‘로얄살루트 21년산’ 2병을 수수료를 포함해 1만2500엔 가량에 구입했으며 이중 면세혜택으로 일부 금액을 돌려받으면서 국내 가격보다 절반 넘게 싸게 샀다. 김씨는 “이 술의 국내 가격이 병당 25만~28만원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현지에서 두병을 산 가격이 국내 가격의 한병 값도 안된다”며 “항공비는 물론 여행경비를 빼고도 돈이 남았다”고 했다.
주부 양모씨(29)도 평일에 동네 친구들과 후쿠오카를 다녀왔다. 목적은 평소 갖고 싶었던 ‘바오바오’ 핸드백과 ‘플리츠플리즈’ 옷, 명품 ‘구찌’ 지갑 등을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양씨는 “일본에선 고가품도 백화점 할인이 되고 카드사별 구매 혜택도 많아 캐시백을 받으니 한국에서는 비싸서 못 사는 명품도 최소 40%는 싸게 살 수 있었다”며 “옷과 지갑 등 몇 가지 품목을 샀는데도 면세 한도를 넘지 않을 만큼 저렴하게 ‘득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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