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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홍범도 장군은 일생이 고난의 연속이었는데…떠나신 뒤에도 이런 시련과 핍박을 겪으시는 걸 보니 가슴이 메고 피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이동순 시인은 눈물을 참으며 홍범도 장군에 대해 말을 이어갔지만 떨리는 손은 숨기지 못했다.
시인의 울분은 시집으로 완성됐다. 테마 시집 '내가 홍범도다'는 홍 장군의 순국 80주기인 25일을 맞아 출간됐다. 이날 서울 중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 시인은 "이번 홍 장군 흉상 철거 문제가 거론되고 부터 격앙된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며 "잠을 자도 꿈에 홍 장군이 나오고 새벽에 깨도 홍 장군이 눈앞에 아른거리며 나타나셨다. 그렇게 잠에서 꺠면 초고를 썼고 그게 지금 이렇게 시집으로 완성됐다"고 말했다.
이 시인의 꿈속에 홍범도가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0년 미국에서 홍범도 서사시를 완성하던 때에도 홍 장군이 말일 타고 폭설을 헤치고 나타나 격려를 해줬다고 했다.
다만 이번엔 나타난 홍 장군의 목소리에는 속상함이 가득했다. 지난 9월 첫 시 '홍범도 장군의 절규'를 시작으로 이 시인은 약 10편의 시를 연재 형식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이후 출판사 한길사의 제안으로 그가 연재했던 시와 추가로 집필한 시를 모아 한 권의 테마 시집이 됐다.
"페이스북에 시를 올리던 중 뜻밖에 페이스북에서 혐오 표현이 섞였다는 이유로 제 작품 전문을 삭제했어요. 아마 '왜놈'이라는 표현 떄문에 그런 것 같은데 오히려 그걸 계기로 제 시가 일파만파 퍼지게 됐죠."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오히려 이번 기회로 홍 장군의 진면목을 많이 알아가게 된 것 같다. 곳곳에서 홍범도 운동을 하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 책이나 작가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회가 있다면 청산리 대첩 등 현장에서 제사를 지내고 장군의 정신을 다시 기리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홍범도 의병대 소속의 '의병시인'이다." ('내가 홍범도다' 서문)
시집은 이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시인이 스스로를 '의병시인'이라고 부를 만큼 홍 장군과 가깝게 느끼는 이유는 올해로 42년째 홍범도와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10권 분량의 홍범도 서사시를 쓴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평전 '민족의 장군 홍범도'를 펴내기도 했다.
그는 "홍 장군이 마치 친할아버지 같은 느낌"이라며 "의무감과 사명감을 갖게 됐고 장군의 말씀을 전달받아 시 작품으로 형상화시키는 일에 몰두하게 됐다"며 9월부터 한달간 집중했던 집필 기간을 회상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추진하고 있는 국방부에 대해서는 "이 나라의 독립운동사를 부정하려는 시도이고 바탕에 뉴라이트 의식이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시인은 "홍범도는 안중근, 윤봉길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독립투사의 반열에서 이야기돼야 하는데 이를 전복시키는 상식과 규범의 현장을 보고 분노의 마음이 시간이 갈수록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철거라는 단어에도 격분했습니다. 마치 오래된 아파트나 산업 폐기물을 처리하듯 이 땅에 위대한 독립투사를 철거한다는 무엄한 표현을 쓰다니요."
홍범도 장군을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제시하는 핵심 근거인 1921년 자유시 참변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이 시인은 "어떤 인물의 됨됨이를 평가할 때 절대 선이나 완벽한 경지는 있을 수가 없다"며 "자유시 참변 당시 홍 장군의 행동반경에서 분명 실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홍 장군이 이미 동족상잔의 낌새를 보고 설득하고 다녔지만 비극적인 사태를 막을 수 없었다. 홍 장군으로서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없었고 이미 한계를 벗어났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홍범도의 목소리를 빌려 "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 달라 했었나/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라고 절규하거나 "이게 내 나라 내 땅이 맞나/날마다 탄식만 쏟아져 나온다네"라며 시집에 모든 걸 털어놨지만 이 시인은 "이전과 같은 시원함은 없다"고 했다.
"모든 시 쓰기는 가슴 속에 꽉 억압된 것을 쏟아내면 시원함이 있는데 이번엔 아직도 마음에 앙금이 남아있고 어떻게 하면 될까하는 착잡함이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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