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뉴스
이스라엘 주요 인사들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이 끝나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안에 완충지대를 설정하겠다는 의중을 잇달아 드러내고 있다. 이번 하마스 기습 공격과 같은 일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지만 또 다른 반발을 불러올 위험성도 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아비 디히터 이스라엘 농업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쟁이 끝나면 가자지구 내부에 완충지대를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 등 반(反)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단체가 자국을 공격할 수 없도록 아예 이스라엘과 인접한 팔레스타인 국경 지대를 비워두겠다는 뜻이다. 이스라엘 대내 정보기관인 신베트 수장을 지낸 디히터 장관은 “가자지구에서 우린 계속 공백지(地·margin)를 둘 것”이라며 “누구든 이스라엘 근처엔 절대 다가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후 팔레스타인 내부에 완충지대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스라엘 각료는 디히터 장관만이 아니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같은 날 “이 전쟁이 끝나면 하마스가 더 이상 가자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가자지구의 영역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이 발언이 가자지구 내부에 주택 등 민간시설이 전혀 없는 비무장 완충지대 설치를 뜻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스라엘 관료도 “우리 국경 지역에서 어떤 테러리스트도 없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FT에 말했다.
가자지구 지상공격을 앞둔 이스라엘은 전쟁이 끝나면 가자지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고심 중이다. 가자지구 장기간 점령하거나 일부를 병합하는 건 아랍 세계를 격앙시킬 수도 있고 이스라엘로서도 정치적·군사적 실익이 크지 않다. 황폐화한 가자지구 경제 복구 책임을 떠안아야 하고 과거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했을 때 끊임없이 테러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경지대를 무인지대로 만들면 이번 전쟁과 같은 공격을 어렵게 만들고 감시도 수월해진다.
다만 이스라엘의 이 같은 구상이 순조롭게 실현될 수 있을진 미지수다. 민가 등을 철거하고 주민을 강제 이주시켜 팔레스타인 국경지대를 비우는 과정에서 주권 침해에 대한 반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과거에도 팔레스타인 내부에 완충지대를 만들려 했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팔레스타인을 ‘거대한 감옥’으로 만들 것이라며 반발했다. 2005년 설정한 완충지대도 이후 하마스 활동 등으로 유명무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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