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뉴스
미국 시카고에서 하룻밤 새 철새 천여 마리가 유리 건물에 충돌해 집단 폐사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10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AP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밤부터 5일 새벽 사이 시카고 미시간호변의 유명 무역전시관 '맥코믹플레이스' 레이크사이드 센터 주변에 온통 철새 사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필드 뮤지엄 현장 요원들은 "33종의 새 964마리의 사체를 수거했다"며 "지난 40년 동안 맥코믹플레이스 주변에서 발견된 조류 사체를 모두 합한 것보다 700마리나 더 많다"고 밝혔다.
지난 40년여간 레이크사이드 센터 인근에서 조류 관찰을 해온 데이비드 윌라드는 "평소 맥코믹플레이스 주변에서 하룻밤 새 0~15마리의 죽은 새가 발견됐지만, 이런 규모는 처음"이라며 "본격적인 철새 이동철인 데다 비 오는 날씨, 저층 전시장의 조명, 통창을 이어 붙인 건물 벽 등이 사고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위스콘신대학 야생동물 생태학 교수이자 조류 전문가인 스탠 템플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 지난 4일 밤, 명금류가 남쪽으로 이동할 조건이 무르익었다며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몸집이 작은 명금류는 난기류와 포식자를 피해 주로 밤에 바람을 등지고 이동하는 습관이 있다"며 "이들은 북풍이 불어올 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난 9월 시카고 지역이 비정상적으로 따뜻해 이동 시기가 늦춰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들이 미시간호변을 따라 남쪽으로 날다가 맥코믹플레이스 '미로' 속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이날 비로 인해 새들이 낮은 고도로 날다가 맥코믹플레이스 조명을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류 전문가들은 이런 사고가 미국에서 드문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미국에서 매년 새 수억 마리가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폐사하기 때문이다. 밤에 이동하는 새들은 별빛과 달빛에 의존해 항해하는데, 건물에서 나오는 밝은 빛이 이들을 유인하기도 하고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때때로 창문을 들이받거나 지쳐 죽을 때까지 불빛 주변을 맴돌도록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건물 충돌로 인한 철새의 폐사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도 논의된다. 위스콘신대학교 조류생태학자 애나 피존은 "철새 떼의 건물 충돌은 밤에 건물 조명을 낮추고 새가 인지할 수 있도록 창문을 디자인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막을 수 있다"며 "커튼을 달거나 창문에 칠을 하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방법도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조류관찰자 학회는 1999년부터 철새 이동 시기에 빌딩 조명을 끄거나 어둡게 하자는 '라이츠 아웃'(LightsOut)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시카고를 포함한 뉴욕·보스턴·샌디에이고·댈러스·마이애미·토론토 등 미국과 캐나다 50개 도시가 이 운동에 참여한다. 아울러 2020년 시카고 시의회는 신축 건물에 조류 안전 조치를 의무화하는 조례를 통과시켰으나 아직 강제하지는 않고 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맥코믹플레이스 대변인도 "'라이츠 아웃'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일주일 내내 행사가 진행될 때가 많지만 직원이나 방문객이 없을 때는 조명을 끄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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