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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이 심각해지면서 이란의 외교 전략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그간 서방과의 관계 개선 등을 고려해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로 대응해왔지만, 전면전으로 번지면 중동의 시아파 맹주로서 두고볼 수만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스라엘이 똑같이 할 의사가 있다면, 우리는 모든 무기를 내려놓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스라엘이 미국의 군사 지원을 받는 한 우리도 헤즈볼라를 계속 지원하겠다”며 “현 이스라엘 공격은 ‘대응 없이(unanswered)’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서방의 경제 제재 완화 등을 위해 이스라엘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해왔다. 7월 자국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 당했는데도 아직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달 17, 18일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 연쇄 폭발 테러 이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교전을 확대되면서 이란의 외교 전략도 시험대에 올랐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은 그간 헤즈볼라와 하마스, 예멘 후티 등 친(親)이란 무장세력을 지원하며 대(對)이스라엘 전선을 유지했다. 하지만 헤즈볼라가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게 되면 이란도 악화된 여론을 무시하기 힘들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란은 (이스라엘과의) 직접적 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애써왔으나, 중동 지역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레바논에서 영향력을 잃게 될 위험에 처했다”고 평했다.
다만 새로운 이란 정부는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무력 충돌은 자제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유럽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핵 협상의) 첫 단계로 돌아가자”고 강조했다. 마영삼 전 이스라엘 대사는 “정당으로 제도권에 진출해야 하는 헤즈볼라로선 국민적 관심을 무시할 수가 없지만, 헤즈볼라가 전쟁에 나서고 긴장을 고조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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