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의 승리를 당부하면서도 트럼프라는 이름은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아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오는 11월 미국이 승리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기고를 게재했다.
특이한 점은 11월 대선에서 공화당의 승리를 당부하고 있음에도 문장 어느 구석에도 ‘트럼프’라는 단어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
‘해리스냐 트럼프냐’라는 선택의 문제에서 유권자들에게 트럼프를 지지해달라고 차마 요구하지 못하고 대선 상하원 투표 때 공화당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주지하듯 미국 대통령 선거일에는 비단 대통령 선거만 치르는 것이 아니다.
상원과 하원의원 선거가 동시에 진행돼 새 대통령 얼굴이 누가 될지 여부와 함께 의회 권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대체로 미국 유권자들은 대통령을 민주당 후보로 선택하면 의회에서는 하원에서 공화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주는 식으로 절묘한 견제와 균형을 택했다.
오는 11월 5일 미국 대선 역시 유권자들은 6년 임기인 상원 의석(100석) 중 3분의 1인 34석, 2년 임기인 하원 435석 전체에서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된다.
펜스 전 부통령은 WSJ 기고문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이 지난 바이든 정부에서 최악의 국경 관리와 치솟은 집값, 막대한 신용카드 부채 등 실정 사례들을 열거하며 상하원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 후보들이 감세를 통해 수 백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불법 이민을 막아냈던 과거 성공적인 공화당 정책에서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런데 펜스 전 부통령은 상하원 선거 승리를 위해 “고립주의와 미국의 리더십 포기가 아니라 힘을 통해 평화를 가져올 것을 약속해야 한다. 공화당은 상품을 더 비싸게 만드는 보호무역주의 관세가 아니라 번영을 증진하는 더 나은 무역 거래를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립·일방주의 통상 정책 행보를 우회 비판한 것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가 공화당의 전통적인 가치에 반하는 것임을 시사한다.
그는 기고 마지막에서도 “일부 주요 공화당원들은(some leading Republicans) 건국 이념에 대한 헌신보다 단기적인 정치적 이득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공화당 후보들은 헌법을 충실히 지키고 보호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헌법적 행보를 우회 비판하는 대목으로, 펜스 전 부통령은 “미국민은 헌법을 수호하는 정당으로써 공화당을 필요로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요약하면 바이든·해리스 정부의 실정을 유권자들에게 낱낱이 밝히면서도 공화당 내부의 오염된 노선인 극단적 트럼프주의를 경계해야 11월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 상하원을 장악할 수 있고, 이는 공화당의 승리를 넘어 진정한 미국의 승리가 될 것이라는 호소다.
이와 관련해 해리스 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를 거두더라도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장악에 실패할 경우 정권 초기부터 공화당으로부터 상당한 견제를 받는 등 조기 리더십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바이든이 승리한 2020년 대선 때는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해 정권 초중반부터 천문학적 재정 지출이 가능했다. 그러나 2022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의 견제와 균형 표심이 작용하면서 하원 다수당 지위를 공화당에 내줘야 했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과 함께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레드 웨이브)하는 시나리오가 나올 경우 한국을 비롯한 미국 동맹국들이 또다시 브레이크 없는 미국발 관세전쟁과 거래적 동맹 관계로 홍역을 앓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다양한 변수로 인해 주요국들이 11월 5일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여부와 함께 의회 권력구도 변화를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대통령 선거에서는 박빙 속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의회 권력 구도에서는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확률이 높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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