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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서 퇴직한 연구원이 17년이 지난 뒤 회사를 상대로 직무발명보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대법원이 보상 청구권이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A씨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직무발명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1989년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입사한 A씨는 삼성전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세탁기 필터와 관련한 기술 10건을 발명해 1997년 8월 회사에 특허권을 넘겼다. 회사는 특허출원을 한 뒤 1999년부터 A씨가 개발한 필터를 장착한 세탁기를 판매해 국내외에서 2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1998년 회사를 그만뒀고, 당시 회사에 '내부 직무발명보상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아 직무발명에 따른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
A씨 퇴사 이후 17년이 흐른 뒤인 2015년 11월 A씨는 회사에 기술 6건에 대한 직무발명 보상금을 달라고 요구했다. 발명진흥법에 따라 직원이 회사에서 발명하고 특허권을 기업에 넘기면 기업은 발명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줘야 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A씨가 발명한 기술 5건에 대해 등급을 'B급'으로 정하고 기술 적용 기간을 고려해 총 5800만원을 보상하기로 했으나, A씨가 등급 설정에 불복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A씨의 보상금 청구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기간 내에 있는지였다.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일반 채권과 같이 10년이다. 이를 적용하면 A씨는 17년이 지난 후에 권리 행사를 요구해 원칙적으로 청구권을 잃게 된다.
관건은 소멸 시효인 10년의 시작점을 언제부터 정할지다.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특허권을 승계한 시점으로 보지만, 근무규칙에 지급 시기를 정하고 있으면 지급 시기가 도래한 때로부터 10년으로 본다
1995년에 개정된 삼성전자의 '직무발명보상지침'은 지급 시기를 '특허가 회사 제품에 적용돼 회사 경영에 현저하게 공헌한 것으로 인정되고, 관련 부서 및 위원회 심의와 대표이사 재가가 있을 때'로 정했다. 즉 회사가 보상금 지급을 결정하는 때가 소멸시효 계산의 시작점인 셈이다.
반면 2001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새 보상지침은 지급 시기를 따로 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2심을 심리한 특허법원은 2001년 1월 1일부터 소멸시효 계산을 시작해야 하고, 10년 넘게 지난 A씨의 청구는 기간을 놓쳤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이미 퇴사한 다음이기 때문에 2001년 보상지침을 적용할 수 없다고 달리 판단했다.
즉, A씨의 직무발명보상금 청구권 행사는 2001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이 아니라 1995년 보상지침을 적용해야 하기에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았고 그의 보상청구권은 살아있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다만 대법원은 A씨에게 5800만원을 주기로 한 회사의 결정이 타당한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사건을 돌려받은 특허법원이 이 부분을 다시 심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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