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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24) 美 보란 듯 '밀착' 시진핑 만난 마크롱…'강력한 유럽' 외친다

글로벌뉴스


국방예산 두 배 증액 요구하며 '트럼프 시대' 견제 나선 마크롱


마크롱·시진핑 "파리올림픽 때 모든 전쟁 휴전하자" 구상 밝혀



의미심장한 만남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년 만에 유럽 순방에 나섰고, 시 주석은 첫 방문지로 프랑스를 택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을 최고 수준 환대로 맞으며 미국에 보란 듯 밀착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최근 독일의 대표 주간 시사잡지 슈피겔은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엘리제궁의 주인이 된 이후 프랑스는 독일과 더불어 유럽을 대표하는 목소리로 자리매김했다.


영국이 빠진 유럽연합(EU)에서 프랑스는 유일한 핵보유국이다. 이뿐만 아니라 마크롱의 제왕적 리더십에 힘입어 2019년 유럽연합의 직책 중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진 유럽 이사회 집행위원장에 독일 출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을 임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코로나 시기에는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과 외교적 노력으로 약 1028조원의 유럽 경제회복기금 조성에 성공했다. 2017년 대통령에 처음 당선된 이후 외교·경제·안보 분야에서 유럽 주권 회복을 호소하며 '하나의 유럽'을 강조했던 마크롱은 실제로 현재 유럽을 견인하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4월25일 마크롱 대통령은 다시 한번 소르본대학을 방문해 통합 유럽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제는 유럽 주권에서 '강력한 유럽'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마크롱은 강조했다. 이날 연설에서 마크롱은 "유럽이 사라질 수도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경쟁으로 인한 유럽 소외, 기후변화와 세계 무대에서 유럽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 등으로 인해 21세기 새로운 세계 질서 속에서 유럽의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미국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물리적 힘' 강조


이런 도전에 맞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가장 중점을 두는 게 '물리적 힘'을 기르자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유럽연방 국방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예산을 두 배로 늘릴 것을 촉구했다. 이 외에도 유럽 사관학교 신설, 5000명의 신속대응군 운용, 유럽 방산산업 증진, 무기 공동생산과 공동구매를 위한 EU 공동대출을 제안했다. 


프랑스와 함께 EU의 다른 쌍두마차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이 같은 비전 제시를 두고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앞으로도 유럽이 강대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들"이라고 호평하며 프랑스 대통령의 비전에 힘을 실어줬다고 프랑스 르몽드 일간지가 보도했다. 하지만 동일한 기사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야심작인 공동 방위를 위한 EU 공동대출을 "숄츠 총리가 찬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실제로 유럽투자은행은 유럽 집행위원회의 요청에도 방산업체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지 않고 있다.


마크롱의 새로운 비전인 '강력한 유럽'은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영향력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비춰진다. 당선 직후부터 미국과의 관계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중시했던 마크롱은 외교·안보·경제 분야에서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에 흔들리지 않는 유럽만의 독자적인 행보를 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프랑스 일간지 익스프레스는 분석했다.


이러한 행보는 프랑스 18대 대통령인 샤를 드골 장군의 대외정책과 닮아있다. 드골은 프랑스의 생존을 위해 외세에 의존하는 것을 거부하고 대신 핵 억지력을 가지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사용했던 인물이다. 특히 미국의 간섭을 받지 않기 위해 군비 확장, 경제력 강화 등을 통해 '위용의 정치'를 펼쳤던 인물이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마크롱 대통령의 소르본대학 연설을 기사화하며 마크롱의 정책이 드골주의와 매우 흡사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트럼프 학습효과, 바이든 학습효과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은 더욱더 미국이 유럽에 가장 믿을 만한 동맹국인지 다시 질문해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기간 동안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프랑스와 무역전쟁을 벌였고 거기에 더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분담금 문제를 들먹이며 집단방위 조항을 폐기하겠다고 협박도 했다. 이런 트럼프가 다시 재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과 전략적 거리두기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유럽 정치외교 전문가들의 견해다. 


바이든 정부 이후에도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일이 두 번이나 더 있었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는 일방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했고, 유럽은 통보만 받았다. 또 2022년 프랑스 정부가 오랜 시간 공들였던 호주와의 잠수함 계약이 미국의 설득으로 무산되면서 미국과의 동맹을 무작정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이 프랑스 정치계에 깊이 뿌리 박혔다. 


이러한 맥락 안에서 5월6일부터 중·불 수교 60주년을 맞아 시진핑 주석의 프랑스 방문은 마크롱 대통령의 실리에 입각한 주체적 외교정책의 일환으로 비춰진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파리올림픽 기간 동안 모든 분쟁을 중단하자는 '올림픽 휴전' 구상과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중국과 프랑스, 그리고 중국과 유럽연합의 무역협정을 위해 프랑스는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과의 동맹 '무한 신뢰' 아니라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하나의 유럽, 강력한 유럽, 전략적 자율성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곧 다가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가 아주 중요하다. 유럽의회 선거는 EU의 전반적인 정책 방향을 좌우하는 새 집행위원장 선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마크롱의 소속 정당, 르네상스당이 극우정당인 국민연합당에 대략 10%포인트 넘게 뒤지고 있는 상황이다. 4월19~24일 1만651명을 상대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연합당이 32%, 르네상스당이 17%의 지지를 받았다고 르몽드 일간지는 알렸다. 현재까지 나온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크롱의 소르본대학 연설이 선거판에 반전을 불러일으키기는 부족해 보인다. 


만에 하나 이번 유럽의회 선거가 르네상스당에 실패로 돌아가면 유럽연합 내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오는 7월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EU 순회의장국을 맡게 됨에 따라 유럽연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EU의 혼란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23년 12월 EU 정상회의에서 약 72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에 홀로 반대표를 던져 지원을 무산시킨 바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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