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뉴스
미국의 대형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세계 경제 책임자가 한국 증시가 오르지 않는 현상에 대해 “한국 경제나 증시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오히려 매그니피센트7(주요 7개 기술기업) 등 일부 미국 기업에 대한 고평가일 수 있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글로벌리서치 부문 글로벌경제 헤드인 클라우디오 이리고옌은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세계 경제전망 간담회에서 한국 증시의 상대적 부진과 관련 “한국 기업들이 저평가 된 것이 아니다”라며 “아마도 미국 회사들의 과대평가 받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올들어 8.03% 상승했다. 인공지능(AI)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엔비디아 등 주요 기술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다. 반면 우리나라의 코스피 지수는 연초 이후 상승률이 0.39%에 그치고 있다.
이리고옌은 이와 관련 “매그니피센트7의 적정 가치에 대한 열띤 논쟁이 있다”며 “분명히 AI는 큰 가치를 만들어 낼 테지만 그게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에는 언제나 과잉행동(overshoot)이 있다”며 “지금 이 시점 글로벌 시장은 미국에 너무 많이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근거로 한국 외에도 유럽 증시는 물론 미국의 니어쇼어링(인접국가 생산) 정책의 혜택을 받고 있는 멕시코마저도 증시가 그다지 힘 받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S&P에 따르면 멕시코의 증시 지수인 S&P/BMV는 올 초 이후 4.15% 하락했다. 이리고옌은 “심지어 미국에서도 모든 기업이 신고가를 받는 것이 아니다”라며 “일부 몇 군데의 회사 만이 최고가를 경신하며 시장을 밀어올리는 형국”이라고 봤다.
다만 미국 거품론에는 선을 그었다. 이리고옌은 “그렇다고 유럽 시장 주가가 저렴하다고 할 수는 없으며 경제 전체와 연계해 주가 지수를 봐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경제가 좋은) 미국 증시가 과대평가 됐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봤다. 이리고옌은 “우리는 한국이 2% 대의 성장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선진국 경제에서는 양호한 수준의 성장률로 한국은 큰 그림에서 정상적 경제 환경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전망했다.
변수는 중국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이나 아세안 국가는 중국의 경제가 뒷받침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중국의 성장세가 지역에 긍정적인 파급(spillover) 효과를 내서 지역경제의 자신감을 높이고 이익을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라고 꼽았다. 그렇지만 그는 “현재 우리의 관점에서 그렇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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