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내놓은 150일 간의 휴전, 이스라엘군 철군, 인질 맞교환 등을 뼈대로 한 ‘2차 휴전’ 협상안에 대해 이스라엘이 “망상에 불과한 제안”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내놨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마지막 피난처인 ‘최남단’ 라파흐를 겨냥한 대규모 지상전 초읽기에 들어갔다.
네타냐후 총리는 1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최근 휴전 협상과 관련해 “하마스가 망상에 가득찬 요구를 했다”며 “이걸 받아들이는 건 항복하라는 것이며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모든 인질을 자유롭게 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면서 하마스에 대한 강력한 군사적 압박이 인질 협상도 유리하게 만들 것이란 주장을 거듭했다. 아울러 인질 협상 여부와 상관없이 라파흐에 대한 전격적인 공세에 나설 것이란 입장도 고수했다. 이스라엘군은 북쪽에서 밀려내려온 하마스 지도부와 이스라엘 인질들이 이집트 국경을 등진 채 라파흐에 대거 은신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라파흐에는 가자지구 북부로부터 밀려내려온 난민 등 130만여명이 모여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자지구 전체 인구(230만명) 가운데 절반이 밀집된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이 전격전을 벌일 경우, 막대한 민간인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하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OCHA)은 16일 현재 가자지구에서 사상자 9만7천여명(사망 2만8775명), 난민 170만명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유엔은 “피난민들이 라파흐에서 다시 북부로 이동하지만, 가자지구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일 일주일짜리 첫 휴전이 끝난 뒤 80여일 가까이 2차 휴전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17일 시엔엔(CNN)이 입수한 ‘하마스 휴전 협상 제안서’를 보면, 이스라엘이 4개월 반에 걸쳐 3단계로 완전 철군하는 안을 담고 있다. 그 사이 하마스는 인질 전원을 석방하고, 그에 걸맞은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주요 수감자들을 교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전시 내각 내의 ‘매파’를 등에 업은 네타냐후 총리가 ‘철군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다.
이런 분위기는 협상 테이블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갈 허쉬 이스라엘 포로·실종 담당조정관은 시엔엔과 인터뷰에서 “인질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고 거기엔 큰 대가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인질 협상을 하더라도)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고, 하마스는 해체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마스도 물러설 길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 공격에 가담한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석방까지 요구하고 있다. 또 “협상이 되려면, 휴전과 동시에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가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현실에 가까운 제안을 가져와야 한다”며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중이다.
둘 사이를 중재해 온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이날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협상이 곧 타결될 것으로 믿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최근 며칠 간의 상황은 정말 밝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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